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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토리 육아일기 - 22세기 호랑이의 환생

소통의 중심 '뉴스스토리' 2011. 3. 15. 16:53

‘엄마 미워!’하고 토라져 있다가도 ‘옛날 옛날에~’ 하면 어느 사이 슬금슬금 옆에 와있다. ‘엄마 뭐?’ 하면서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얼굴이다. ‘말할까 말까?’하고 슬쩍 얼굴을 보면 ‘말해줘’하고 조른다.

‘옛날 옛날에 호랑이가 살았는데…’하고 옛이야기를 시작하면 아이는 내 등 뒤로 숨는다. 그러다가 무섭다고 다른 애기를 해달라고 하든지 아니면 곰곰이 등 뒤에서 듣는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참 우습다. 22세기 첨단시대에 동물원에 가야만 구경할 수 있는 호랑이가 인터넷 악성댓글보다 더 무서운 존재라니. 혹시 전래동화를 많이 읽어줘서 호랑이에 대해 스스로 만들어 놓은 환상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호랑이 형님, 팥죽할멈과 호랑이, 호랑이와 곶감, 해님달님, 호랑이를 물리친 꾀 많은 토끼 등 우리 옛이야기에는 호랑이가 참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평상시 말 안 듣고 고집을 부릴 때 ‘너 그러면 호랑이한테 잡으러 오라고 한다’ 하며 겁을 많이 준다.
그래서 호랑이는 우리에게 아이의 고집을 잠재우는 약이다. 호랑이는 낮이든 밤이든 환생을 해서 아이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특히 깜깜한 밤에 나타나는 호랑이는 더욱 무섭다.
아이는 잠자기 전 옛날이야기를 많이 해달라고 하는데 대부분 호랑이 관련 이야기를 한다. 가끔 남편이 아이에게 옛이야기 해주는 걸 듣고 있으면 참 재미있다.
이야기에 집중할수록 상상력이 더해져 가슴을 졸이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웃음과 해악이 담겨있는 호랑이 이야기를 비롯해 옛이야기는 정이 가득하고 우리 문화의 친숙함을 더욱 키워준다. 그래서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호랑이, 도깨비, 귀신 등은 시대가 변해도 우리에게 소중한 자산이다. 호랑이, 도깨비, 귀신 등이 시대를 초월해 아이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존재였으면 좋겠다.

이런 옛이야기의 힘은 대단하고 한다. 상상력을 키워주는 것 이외에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과 공동체의 소중함을 깨닫게 만든다고 한다. 게다가 옛이야기에는 교훈까지 있어 훈계나 잔소리를 들어서 얻는 배움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 할머니한테 옛날이야기 들었던 기억이 참 좋다. 핵가족화가 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옛이야기 듣던 그 재미가 없어졌다는 게 참 아쉽다.

더 놀고 싶다고 조르는 아이에게 오늘도 호랑이 무기를 쓴다. 언제까지 쓰일지 모르는 약이지만 말이다.
“밖에 호랑이 와있다. 어서 자!” 하고 이불을 푹 덮어준다.

숨죽이며 눈을 감고 있던 아이는 어느 사이 새근새근 잠이 들어있다. 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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