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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토리=육아일기) 호~ 해줄께!

소통의 중심 '뉴스스토리' 2011. 10. 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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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옥의 육아일기...36번째 이야기

 

어느 날 상진이가 내가 머리 묶은 것을 보더니 그 끈으로 자기 머리도 묶어달라고 한다.
그래서 머리끈을 풀다가 그만 끈이 손에 탁~튀어서 엄청 아팠다.
너무 아파서 소리도 못 내고 손을 부여잡고 있는데 머리 위에서 ‘호~ 호~’ 하는 소리가 난다.
눈을 들어보니 상진이가 손 다친 것을 언제 보았는지 ‘괜찮냐’며 호~ 하고 불어 주고 있다.

 

어느 날은 몸이 천근만근 힘이 들어서 누워있었다.
피로가 조금 풀려서 일어났는데 아이는 걱정스런 얼굴로 ‘엄마가 아파서 걱정했는데 다 나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으니 몸이 더욱 가뿐해지는 기분이었다.

 

또 한번은 남편의 귀가가 늦어지고 있어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며 ‘왜 이렇게 안와?’라고 말하는데 상진이가 ‘엄마, 얼굴을 왜 그렇게 밉게 하고 있어? 이렇게 웃고 있어야지’ 하며 웃어 보인다.

 

이런 아이를 보고 있으면 웃을 일이 없다가도 그냥 웃음이 나온다.

가슴 설레는 연인처럼 그냥 얼굴만 봐도 좋고 웃을 일이 없다가도 웃게 된다. 기분 나쁜 일이 있다가도 아이를 보며 풀릴 때가 있다.
그럼 상진이는 ‘엄마 왜?’ 한다. 그럼 ‘그냥 우리 상진이 노는 거 보면 예뻐서 웃음이 나오네.’하면 자신도 기분이 좋은지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둘째가 태어나고 힘든 점도 있지만 집안에 웃음이 두 배로 늘은 것 같다.

상진이 아기 때도 느낀 감정이지만 아이를 안고 있으면 봄 햇살을 받고 있는 것처럼 참 따뜻하다.
말로는 그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없다.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하며 깨끗해진다. 아이와 눈이 마두 치면 영혼의 대화라도 나누는 듯한 느낌이다.


얼굴만 바라봐도 좋고 웃음이 난다.
그래서 남편에게 ‘우리가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사실은 아이를 통해 오히려 삶을 위안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하니 남편 역시 동감이라고 한다.

 

가정을 꾸린 후 웃을 일이 더욱 많아졌다며…. 물론 아이가 때 쓰고 보챌 때는 빼고 말이다.

며칠 전 상진이가 자다가 토해서 치워주고 얼굴을 닦아줬더니 ‘엄마는 정말 용감한 폴리야. 고마워’ 한다.

 

친정집에 놀러갔는데 아이가 뜬금없이 ‘엄마 고마워! 나 똥 쌌을 때 똥꼬도 닦아주고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도 해주고’라고 말한다.

친정엄마가 옆에서 그 소리를 듣더니 커서도 저 마음 변하지 말아야 할 텐데 한다.


하지만 난 아이가 꼭 그 마음 기억해 주지 않아도 좋다.
뱃속 아이의 심장소리와 태동, 출산 후 첫 스킨십, 젖 먹던 모습, 아이를 안았을 때의 따뜻함, 걸음마 하던 모습 등 그것이 좋은 일이든 슬픈 일이든 함께했던 추억만으로도 좋다.

 

늙은 후 아이 생각만하면 미소가 지어질 것 같다. 가슴 한쪽이 따뜻해지고 그냥 모든 것이 감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