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모든 내 아이만은 나와 꼭 다르게 크길 바라는 소망이 있다. 성격, 생활습관, 학습, 성공 등등 그것이 어떤 종류의 것이든 내가 못한 것에 대한 대리만족이어도 좋다.
그러나 시대를 뛰어넘어 내가 어렸을 때 하기 싫었던 것은 나의 아이 역시 하기 싫은 것 같다. 그 중 나에게 있어 대표적인 것은 양치습관이다. 어린 시절 나 역시 양치가 하기 싫어 뒷산까지 도망간 적이 있다. 또 등교 전 양치하기가 싫어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농사일에 바쁜 엄마는 잔소리 몇 번으로 그치고 말았다.
어느 순간 나의 치아는 충치가 없는 곳이 없게 되었고 영구치 대부분이 충치치료를 받는 상황까지 왔다. 성인이 되어 치아 때문에 고충을 치른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리고 치과병원에 근무하면서 치아가 망가져 비용은 비용대로 들이고 아이는 아이대로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며 엄마의 무지라고 까지 생각했다. 그래서 결혼 전부터 ‘아이 치아관리만큼은 철저히 하자’는 신념이 있었다.
상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치아가 빨리 났다. 그래서 더욱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아이가 입안에 다른 이물질이 들어온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할 리가 없다. 그래서 양치에 대한 책도 보여주고 교구를 이용해 시연도 하고 영상물도 보여주는 등 아이가 거부감 없이 양치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했다.
그러나 아이는 교제를 영상물을 교구를 가지고 놀 때만 즐거워한다. 실제로 양치를 시작하면 정말 한바탕 소동을 치러야 한다. 말로 타이른 것도 한두 번, 도저히 안 될 상황이어서 강압적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양팔을 내 다리사이에 끼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칫솔을 입안에 넣어 양치를 했다.
양치하기 싫다고 몸부림치며 소리를 지르는 아이, 밖에서 들으면 아동학대로 오해받을까 걱정이 들 정도다. 그렇게 일 년 정도 이를 닦았다. 그 후 아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 것 같아 혼자 화장실에서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그 다음은 내가 도와주는 형태로 진행했다.
그러나 칫솔을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기만 할뿐 닦지는 않는다. 그것도 기분 좋은 날이나 가능한 일이다. 조금이라도 하기 싫으면 화장실에서 1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결국 다시 내가 칫솔을 잡으면 자기 입에 칫솔을 넣지 못하게 연속해서 말을 한다든지 침을 뱉어야 한다며 쏙 빠져나간다.
휴~ 그렇게 전쟁을 치른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그런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치아 하나가 까맣게 썩어있다. 어떤 때는 아이를 위해 하는 나의 이런 행동이 나중에 아이에게 양치에 대한 노이로제로 작용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된다.
하지만 나 역시 양보할 수 없는 한 가지 중 하나이다. 그래서 충치 없는 그날을 위해 난 오늘도 아이와 치카치카 전쟁을 치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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