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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옥의 육아일기...35번째 이야기
“옛날 옛날에 파랑새, 빨간 새 두 마리가 살고 있었어요.”
“두 새는 친구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새가 친구를 발로 콕 찍었어요.”
“둘은 싸웠어요.”
<중략>
“행복하게 살았대요. 끝.”
참 감동 깊은 이야기다. 어느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무한한 감동이 있다. 집안일을 하다가 우연히 들으니 상진이가 혼자 이야기를 지어가며 놀고 있었다.
말도 못하던 아기였는데 이제는 저런 이야기까지 지어내며 노는 것을 보니 신기하다. 게다가 이야기가 구성력이 있어 놀라웠다.
아이의 놀이를 보면 그곳에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아이가 기차놀이를 하자고 한다. 거실에서 놀던 아이는 ‘엄마 기차가 사고 났어’하며 급하게 자기 방으로 뛰어간다.
여러 가지 차를 밀고 와서 자세히 보니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 소방차, 헬리콥터 등이다. ‘사고가 나서 사람들이 다치고 불이 났다.’며 상황을 설정하고 사람들을 구하는 흉내를 낸다. 아이와의 놀이가 더욱 재밌어졌다.
사실 상진이가 3세까지만 해도 난 참 답답했다.
아이는 왜 놀이를 못하는 걸까? 서로 주고받고 해야 재미가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아이 앞에서 인형놀이를 보여주었다. 나중에 안 일인데 3세 이전에는 아이가 인형놀이를 못하는 게 당연하단다.
이 시기에는 엄마가 끝없이 인형놀이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다행이다 싶었다. 이제는 아이와의 놀이가 재미있다. 친구가 되기도 하고 엄마아빠 역할 놀이도 한다. 미용실 놀이, 시장놀이도 한다.
아이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서로 어울려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숨바꼭질도 한다. 아이의 놀이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참 단편적인 삶을 살아간다.
아이와 놀이를 하다보면 이렇게 단순 명쾌한 세상 속에서 왜 이렇게 복잡하게 살아가나 싶기도 하다. 아참! 놀이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가끔 싸워서 갈등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화해하고 친하게 지낸다. 앞으로 아이에게서 나올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벌써 기대되고 재밌을 것 같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위한 준비과정에 있는 아정이는 그 기대를 배가시킨다.
전에는 옹알이로 ‘어, 어’ 소리만 냈는데 요즘은 ‘아, 우, 에’ 하며 고음 소리를 낸다. 기분이 좋으면 깔깔거리고 웃는다.
나와 뭔가 소통하고 싶은 듯 옆에 누워있으면 내 얼굴을 응시하고 만지며 ‘어~’하고 소리를 낸다.
가슴 한구석이 뭉클하고 따뜻해진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이 이야기야 말로 정말 감동적이며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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