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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토리- 육아일기>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소통의 중심 '뉴스스토리' 2011. 3. 28. 13:42

 

우리나라 대표적인 아동문학가 윤석중 선생의 작품 중 ‘넉점반’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은 엄마가 아이에게 옆집 만물상에 가서 시계를 보고오라는 심부름으로 시작한다. 아이는 시간을 물어보고 집에 돌아오다가 그만 개미, 들풀, 강아지 등 자연물에 마음을 뺏겨 저녁 늦게 집에 온다.
그리고 엄마에게 하는 말, ‘엄마 넉점반(네시 반)이래 하고’ 끝난다. 아이들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작품이다. 아이를 볼 때마다 이 작품 내용이 생각나 생활 속에 여유를 갖고 살아야지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러나 나의 입은 언제부턴가 ‘빨리빨리’가 붙어있다. 참 안 좋은 말인데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이 말을 아이가 빨리 배웠던 것 같다. 여유롭게 아이에게 대해야지 하면서도 출근시간이 다가올 때 혹은 집안일이 쌓여있을 때 등등, 결국 나는 아이를 기다려 주지 못하고 아이의 역할까지 할 때가 있다. 게다가 어떤 때는 화까지 낸다.

특히 출근시간이 임박하고 있는데 옷도 안 입고 장난감만 가지고 놀고 있을 때 정말 속에서 불이 난다. 손 씻는다고 비누 바른 손으로 장난치는 아이, 옷 입다 말고 술래잡기 한다고 숨는 아이, 변기에 앉아 있는 시간까지 참 여유로운 아이.
그 참을 수 없는 여유로움. 사실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아이의 눈에 저녁밥은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으라고 하고 아침밥은 빨리빨리 먹으라고 하다못해 먹여주는 엄마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시간의 규제 속에 사는 나는 아이에게 계속 ‘빨리빨리’를 강요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는 오히려 아이가 나에게 빨리빨리 하자고 할 때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잠시 반성을 해본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명한 엄마는 역발상을 통해 교육적으로 승화시킨다고 하던데 난 아직도 현명하지 못한 엄마 인 듯하다.

사실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소리가 시계소리다. ‘째깍째깍’ 시간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불안해져 어렸을 때부터 싫어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따뜻한 햇볕아래 개미집 구경하기, 꽃 구경하기, 나비 쫒아다니기 등 참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어떤 때는 밥 먹는 것까지 잊어버리고 놀기까지 한 우리가 아닌가?

그에 비하면 요즘 아이들은 유아기부터 보육시설에 다니면서부터 많은 규제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이어지는 학업스트레스. 이렇게 어른들은 아이를 위한 시간이라며 아이들의 시간을 조금씩 좀먹고 있다.

어른이 된 우리가 잃어버린 건 동심뿐만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아닌가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지금의 아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긴 기다림 속에 이뤄진 게 아닌가? 아이를 키우며 아이와 함께하며 잃어버린 시간과 여유를 다시 되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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