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20일 21시 50분, 무의식 상태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던 아기울음 소리. ‘산모님 정신 차리세요’라는 의사의 말에도 눈 한번 제대로 뜨지 못했던 나. 회복실에 와서야 겨우 아기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소록소록 자고 있는 아기의 얼굴을 보고 난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그게 우리의 첫 대면이었다.
그리고 3년, 나이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먹는 거지만 성장해가는 아이들에게 있어 생일의 의미는 더 깊다. 축복받아 마땅하다.
태어나서 누워만 있을 때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던 아기가 얼마 전에는 어린이집에서 옷 벗고 입는 것을 배웠다며 혼자 옷을 벗고 입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어느 날은 혼자서 신발을 신고 또 어느 날은 혼자서 쉬를 한다. 내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이가 자립하고 성장해 나가고 있다. 참 신통방통하다.
생각해보면 3년이라는 시간은 희로애락의 연속이었다. 아이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흘러간다.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의 기쁨도 잠시, 밤마다 울어대는 아이를 달래느라 밤잠을 설쳐야 했다. 초보엄마는 모든 게 서툴러 아이 고생도 많이 시켰다.
배꼽 관리를 잘못해서 덧이 났고 분유를 잘못 먹여 아토피의 원인이 됐다. 그 후 줄어든 모유를 수유하느라 아이도 나도 참 힘들었다.
육아휴직이 끝난 후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힘들었던 일.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떨어지기 싫어 우는 걸 뒤로하고 나오던 일,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일 등 그렇게 하루를 일 년처럼 보냈다. 참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어떤 때는 ‘저 원수! 나 심부름시켜 먹으려고 태어났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모두 아이가 아니었다면 경험할 수 없었던 소중한 것들이었다. 엄마라는 특권이 준 선물이었다.
출산 후 산후우울증으로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곤 했는데 이젠 아이 때문에 웃을 일이 많아졌다. 그 무엇으로도 받을 수 없는 감동 그 자체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 엄마가 된다는 것, 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들이 세상무엇보다 참 위대한 일이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함께해준 아이에게 고맙다.
특히 아이를 안고 있을 때 느끼는 평화로움은 이루 설명할 수 없다. 이제는 내가 키워야할 대상이 아닌 정말 같이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이 되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난 우리 가족이 누구를 위해 희생하고 무조건 배려하는 것이 아닌 ‘고래상어와 가다랑어’처럼 서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생관계가 되길 바란다.
“상진아 지난 3년 동안 우리 많은 일을 겪은 것 같다. 서로 축하하는 의미로 오늘 미역국 많이 먹자.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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